싱가포르 여행의 시작
코로나 이후 첫 가족 해외여행으로 싱가포르를 5박 6일 다녀오게 되었다. 5박 6일은 좀 긴 감이 있긴 했지만, 작은 도시 안에 관광해야 할 곳은 정말 다양했다. 우선 싱가포르를 처음, 관광목적으로 다녀올 계획이라면 크게 두 가지 파트로 나뉠 것이다. 첫 번째는 마리나 베이가 위치한 싱가포르 다운타운, 두 번째는 유니버설 스튜디오와 해변이 있는 센토사섬이다. 나는 다운타운 3일, 센토사 2일 여행하였는데, 적합한 비율이었던 것 같다. 이 글에서는 마리나 베이와 그 주변 관광 후기와 함께 싱가포르의 첫인상에 대해 말해보려고 한다.
창이 공항 (Changi Airport)
사전에 자동입국심사 form을 제출했기 때문에 자동입국심사대를 이용하였다. 기계에 본인 여권을 스캔하고 얼굴사진 한장 찍으면 보내주는 시스템인데, 이게 오류가 나는 경우가 꽤 있다. 일단 자동화 기계 사용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오히려 수동이 빠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사진을 찍는 과정에서 얼굴인식을 잘 못한다던지 해서 통과를 해주지 않는 문제도 있었다. 다행히 옆에서 도와주는 직원들이 있어 통과는 하였지만, 키오스크 사용을 평소에 어려워한다던지 하는 분들은 그냥 수동으로 입국심사 하기를 바란다. (또한 영어로 설명이 나오기 때문에 영어를 아예 못하면 좀 힘들다)
공항 인프라는 되게 깔끔하게 되어있다. 사실 공항은 어떤 국가에 도착해서 처음으로 보고 겪는 시설이기 때문에 그 나라를 대표하는 중요한 시설이다. 그런 의미에서 창이공항은 싱가포르의 청결하고 정돈된 이미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어디든지 그 시설의 화장실을 가보면 얼마나 시설에 신경을 쓰는지 알 수 있는데, 창이공항 화장실은 수도꼭지, 비누가 모두 자동이고 세면대 인테리어, 조명 모두 세련됐다. 긴 비행을 마치고 화장실에서 그 피로를 씻기 때문에 이런 좋은 화장실은 여행 초기에 작은 기쁨 중 하나이다. 짐 찾는 곳도 구조가 직관적으로 잘 돼있었다. 좌측에는 컨테이너 벨트, 우측에는 바로 출구가 있었고, 출구 바로 옆에 유심과 환전을 할 수 있는 카운터가 있었다. 그렇게 미리 구매해 둔 유심을 받아 바로 핸드폰을 소생시킨 뒤 공항 내에 있는 버거킹으로 허기를 달랬다. 솔직히 미국 버거킹보다 퀄리티가 좋았다. 나는 와퍼에 베이컨을 추가한 버거를 주문했는데, 일단 햄버거가 잘 싸져 있었다는 거부터 미국이랑 달랐다. (한입 베어 물면 공중분해 되는 미국 빅맥과 다르다)
싱가포르 여행 1일차
칼튼 호텔 (Carlton Hotel)
공항에서 그랩(동남아의 우버)을 타고 첫 번째 호텔인 칼튼 호텔(Carlton Hotel)에 도착했다. 필자는 여행 중 총 3개의 호텔에 머물게 되는데, 이 칼튼호텔이 가장 고급호텔이다. 우선 차에서 내릴 때 문을 열어주고 짐을 내려주는 직원이 있다는 것부터 5성의 느낌이 난다. 로비가 꽤 큰 편이고, 카운터도 우측에 길게 펼쳐져 있다. 룸은 패밀리 룸으로 했는데, 커넥팅으로 지정하여 두 개의 룸이 문 하나로 연결돼있었다. 방은 크기가 큼직하고 깨끗했다. 화장실도 세면대, 샤워실, 변기 각각 공간이 나뉘어 있었다. (용변 보는 사람과 샤워하는 사람의 프라이버시가 보장되어 좋다). 방 2개를 연결하는 문이 조금 무겁고 고정이 안된다는 단점이 있었다. 이외에는 5성 급답게 방은 깔끔하고 쾌적한 공간을 제공했다.
마리나 베이 (Marina Bay)
마리나 베이 크루즈 (Marina Bay Cruise)
방만 둘러본 후 바로 마리나 베이로 이동했다. 사실 싱가포르 여행의 시작과 끝이라고 할 수 있는 곳인데, 주변에 온갖 쇼핑몰, 관광상품이 몰려있는 번화가이다. 우선 미리 예약해 둔 크루즈를 탔는데, 사실 일몰 시간에 맞춰 타야 되는데 그러지 못해 아쉬웠다. 작지만 보트를 타고 마리나 베이를 한 바퀴 도는데 시간은 한 40분 정도가 소요된다. 마리나 베이 왔으면 꼭 타보는 것을 추천한다. 마리나 베이 주변 빌딩, 번화가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송파 바쿠테 (Song Fa Bak Kut Teh)
크루즈를 타고나니 저녁시간이 되어 송파 바쿠테라는 맛집을 찾았다. 가는 길에 웬 사람들이 길을 막고 있길래 봤더니 거대한 놀이기구하나 베이 바로 옆에 있었다. 이름은 Swing 뭐였던 같은데 거중기에 와이어를 달아 거기에 사람이 타고 바이팅처럼 왔다 갔다 하는 기구이다. 우리는 놀이기구 잘 타는 사람들이 아니어서 그냥 패스했는데, 이런 거 좋아하면 한번 타봐도 괜찮을듯하다. (동시에 행인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을 수 있다) 크루즈 타는 곳에서 15분 정도 걸으니 송파 바쿠테에 도착했는데, 줄이 매우 길었다. 여기까지는 예상하지 못했다. 가는 모든 곳에서 웨이팅을 해야 될 줄은. 1시간 가까이 기다려 들어갔는데, 가게 사이즈는 작았다. 그래서 다른 손님들과 합석을 해야될 정도였다. 음식 자체는 갈비탕 비슷한 게 메인인데, 이게 짭조름하고 괜찮았다. 반찬으로 시킨 야채볶음도 맛있었다. 맛집이라고 해서 찾아갔는데 진짜 맛집이었다.
싱가포르 야경 및 밤거리
저녁을 먹고 나와 다시 마리나 베이 쪽으로 걸어갔는데, 한 쇼핑몰에 들어가 열을 식혔다. 싱가포르는 Guardian에서 웬만한 일반의약품은 다 판매하기 때문에 아프면 여기서 약 사면 된다. 그렇게 주변을 거닐다가 호텔까지 걸어갔는데, 칼튼호텔까지 충분히 걸을 만한 거리다. 주변 풍경, 야경 감상하면서 걸으면 금방 도착하는데, 중간에 차임스(CHIJMES)라는 곳에 들렀는데, 예전에 성당이었던 곳을 개조해 지금은 카페, 식당 등이 자리 잡고 있다. 밤거리를 걸으면서 좋았던 점은, 담배를 정해진 지정구역에서만 피운다는 것이다. 가기 전까지는 흡연법이 현실에서 잘 지켜질까 하는 의문이 들었는데, 정말 흡연구역에서만 흡연을 한다. 밤이면 그래도 좀 더 자유분방해지기 마련인데, 대부분 법을 잘 키고 있다. 이 부분에서 싱가포르의 청결함이 그냥 소문이 아니었구나를 느꼈다. 미국, 캐나다에서와 달리 거리에서 난동을 피우는 노숙자가 한 명도 없었고, 잘 포장되고 깨끗한 거리가 눈에 띄었다. 밤거리까지 깨끗한 나라는 싱가포르밖에 없는 것 같다.
싱가포르 첫인상
어떤 나라든 처음 그 나라에 갔을 때 겪었던 경험이 그 나라의 이미지로 굳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런 면에서 싱가포르는 좋은 인프라와 청결함으로 나에게 그 어떤 나라보다 긍정적인 이미지를 주었다. 우선 기본적인 인프라가 매우 잘 정비되어 있다. 도로는 차도든 인도든 최상급으로 포장이 잘 되어있다. 이것만으로 거리를 다닐 때 정말 마음이 편안해진다. 이게 다운타운 바로 주변이라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밤에 걸어 다녀도 위험을 못 느낄 만큼 거리의 분위기도 차분하다. 쇼핑몰 구조와 시설은 미국 쇼핑몰과 비슷한데, 보스턴의 Prudential Center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마리나 베이 근처를 제외하면 전체적으로 거리가 한적하다. 리관유가 깨끗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 얼마나 노력했는지 명확히 알 수 있다.
두 번째로, 흡연법이 매우 잘 지켜진다. 거리에 재떨이가 있는 쓰레기통이 있는 곳에서만 담배를 피울 수 있는데, 사람들이 꽤 이것을 잘 지키는 편이다. 심지어 마리나 베이 주변 번화가에서도 흡연구역에만 바글바글 모여 담배를 피운다. 민폐 전과가 많은 중국인들이 대다수인 싱가포르인데 이렇게 법을 잘 키다니 조금 의문이 들 정도다. 한국도 이젠 길에서 걸아가며 담배 피우는 사람이 거의 없는 편인데, 싱가포르는 아예 없다고 할 수 있다.
이제 단점을 말해보도록 하겠다. 이건 사람마다 다르게 느낄 수도 있는데, 한국의 서비스문화에 익숙한 나는 싱가포르에서 받은 서비스가 많이 아쉬웠다. 일단 서비스 직종 노동자들이 거의 인도사람인데, 좀 불친절한 경향이 있다. 일단 발음 때문인지 몰라도 고객한테 나긋나긋하게 말하지 않고 좀 항의하듯이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호텔직원도 예외가 아니다. 후에 다루겠지만, 호텔이 운영하는 셔틀버스가 운행하지 않아 컴플레인을 한 적이 있는데, 이때 호텔매니저는 변명부터 하려는 태도를 보였다. 사실 여행 와서 돈 쓰면서 서비스라도 제대로 받아야 기분이 좋은데, 가뜩이나 사람이 많아서 웨이팅도 하고 오래 걸어 다녀야 하는 관광도시에서 서비스가 불쾌하다면 기분이 확 나빠진다. 인도사람들이 문제인 것 같긴 하지만 서비스 측면에서 싱가포르는 큰 기대를 하지 않는 것이 좋다. (같은 동남아라고 베트남 같은 서비스를 기대하면 안 된다)
싱가포르 첫날밤을 보내며 드는 생각은 좋은 소문들이 다 사실이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민족 국가지만 큰 문제없이 모두 법을 잘 지키며 산다는 것이 흥미로웠고, 다른 나라의 롤모델이 될 자격이 충분했다. 동시에 독재자가 정말 나라를 위하는 사람이었을 때 발휘되는 효과가 엄청나다는 것을 깨달았고, 꼭 독재국가라고 해서 낙후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두 눈으로 목격한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