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던 피터슨을 알게 된 경위
2020년 겨울이었다. 당시 나는 11학년이었는데, 학교에서 Book fair를 한다고 선생님이 반 전체를 데리고 갔다. 둘러보던 중 조던피터슨의 <12가지 인생의 법칙>을 찾았는데, 이때 나도 인터넷에서 조던 피터슨의 이름을 몇 번 들은 상태여서 '아 이게 그 사람 책이구나' 하고 호기심을 갖게 되었다. 바로 그 책을 구매해 읽기 시작했다. 나는 원래 자기 계발서들을 별로 좋아하지는 않지만, 저명한 심리학 교수이고 또 최근 유명해진 사람이어서 왜 그런지 궁금했다. 책의 제목대로 한 챕터에 한가지씩 자칭 인생의 법칙이라는 것을 소개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책은 다른 자기 계발서들과 사뭇 달랐다. 뻔하고 진부한 이야기는 배제하고, 정말 우리의 생각을 관통하는 서사들로 가득 차 있었다. 읽을수록 피터슨 교수는 스토리텔링의 대부임을 느꼈다. 자신의 경험, 리서치, 실험, 고 대면서 등을 바탕으로 흥미로운 서사들을 소개하고, 그 이야기는 결국 피터슨의 법칙을 뒷받침한다. 선 증거 후 법칙의 구조는 거의 모든 챕터 유지되지만, 스토리텔링의 방식과 그의 유머는 읽는 내내 지루하지 않도록 해주었다. 그런데 피터슨을 처음 읽는 사람이거나, 심리학, 철학 같은 학문에 관심이 없는 사람은 책이 조금 어렵게 다가올 수도 있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서사의 전부를 이해하지는 못했더라도, 결국 마지막에 이 서사가 어떻게 피터슨의 법칙과 연결되는지 명확하게 정리를 해주기 때문에, 정말 한 번쯤은 읽어볼 만한 책이다.
조던 피터슨은 어떻게 유명해졌는가
피터슨 교수는 헌재의 유명인이기 이전에 대학교수였다. 무려 하버드에서 수년간 심리학교수로 있으면서, tenure제안까지 받았지만 거절하고 University of Toronto로 직장을 바꿔 불과 몇년전까지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쳤다. 그러던 그가 순식간에 유명세를 얻은 까닭은 유튜브 때문이다. 그의 예전 강의 영상들과 대학생들과 사회이슈에 대해 논쟁하는 영상에서 그의 사회, 정치적 견해는 큰 논란이 되었고, 동시에 그의 견해에 적극 동의하며 현재 사회와 개인이 가고 있는 방향에 항거하는 사람들이 생겨난 것이다. 피터슨이 유명세는 그의 통찰에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감동을 받았다는 증거이다. 이렇게 유명세를 얻으면서, 피터슨 교수는 점차 큰 무대로 나아가게 되는데, 이제 각종 방송사에서 피터슨을 불러 토론이 시키게 된 것이다. 주로 토론주제는 정말 어떻게 말해도 논란이 될만한 사회 이슈들인데, 트랜스젠더, 성평등, 사회주의 등이 있다. 그런데 피터슨을 추락시키려고 마련한 토론에서 논리와 팩트로 상대 패널들을 입다물게 하면서 피터슨에 날개를 달아주는 기회가 됐다. 나오는 토론방송 족족 피터슨이 승리를 거머쥐니, 유명세와 함께 그를 시기하고 혐오하는 사람들도 늘어났다. 피터슨 교수는 그것에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해서 자기 의견을 대중들에게 전했으며, 팟캐스트를 시작한 후 여러 지식인들과 토론하며 세계적인 지식인이 되었다.
사람들은 왜 피터슨에 열광하는가?
조던 피터슨이 세계적인 스타 지식인이 된대에는 대체 어떤 비결이 있을까? 사실 피터슨만큼 똑똑하고 말을 잘하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다. 그런데 피터슨이 다른 지식인들 사이에서 돋보이는 이유는 바로 사람들의 갈증을 해결해주기 때문이다. 현대 사회는 표면적으로는 과거보다 많이 자유로워지고 개개인이 존중받는 시대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과거보다 더욱 광범위하고 세밀한 통제가 가능하다. 인터넷과 SNS의 발달로 인해, 온라인상에 쓰는 말 한마디 때문에 한 개인이 사회적으로 매장당할 수 있는 아주 무서운 사회가 된 것이다. 또한, 나를 세계의 사람들과 연결시켜 주기 때문에, 잘되면 세계적 스타가 되지만, 반대로 세계적 미움을 받을 수 있다. 이러한 간접 통제 사회에서 피터슨은 젊은이들을 위한 해결책을 제시해 준다. 특히 피터슨의 열혈 팔로워는 20대 30대 남성들이다. 냉랭한 세상에서 상처받고 앞으로 나아갈 의지를 잃은 청년들이 피터슨의 메시지를 듣고 용기를 얻었다는 것이다. 피터슨은 어느 사람들처럼 오로지 긍정적인 말만 하는 사람이 아니다. 니체로부터 영향을 받은 피터슨은 오히려 그 어두운 면을 자각하라고 이야기한다. 내 안의 어두운 심연을 마주할 때 비로소 빛을 찾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상처를 받고 어두워진 많은 청년들은 이 이야기를 듣고 '희망'이라는 것을 품게 되었다. 사실, 삶은 고통으로 가득 차 있고, 그것을 뚫고 계속 살아갈 수 있는 원동력은 희망뿐이다. 피터슨은 이 사실을 아주 잘 알고 있었고, 이제 무너진 청년들에게 희망의 필요성을 전파하는 선생님이 되었다.
피터슨의 대중을 위한 두번째 저서 <질서너머>
<질서너머>가 출판됬다는 소식을 나는 피터슨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알았다. 그 사실을 알자마자 바로 아마존에서 책을 구입해 버렸다. 그의 첫 번째 책도 너무 맘에 들었기 때문에 후속 편은 더욱 기대가 되었다. 본론부터 말하자면 이전 책이랑 비교하기에는 조금 애매하다. <질서너머>가 별로라는 얘기가 아니라, 이전 책의 후속편치고는 속성이 좀 다르다. 첫 번째 저서는 오로지 그 책을 읽는 독자의 인생을 위한 가르침이었다면, 두 번째 저서는 조금 더 독자의 대상이 넓어진 느낌이 있다. 즉, 두 번째 저서에서 다루는 이야기는 사회, 정치, 문화적 이야기가 많다. 물론 <질서너머>도 자기 계발서로 훌륭하다. 그러나 몇몇 챕터들에서 피터슨은 본인이 사회에 하고 싶었던 이야기들을 기재한 듯이 보인다. 사실 사회라는 것은 개인의 집결체이기 때문에, 개인이 변화하면, 그 사회도 변화한다. 피터슨은 이 점을 염두에 두고 두 번째 저서를 집필한 것으로 보인다. 첫 번째 챕터 "기존 제도나 창의적 변화를 함부로 깎아내리지 마라"부터 피터슨은 우리 사회에 강력한 메세지를 던진다. 기존의 규율과 전통이 "자유"라는 이름하에 파괴되는 모습을 보면서, 기성세대뿐만 아니라 젊은이들 또한 절망하고 있다. 이제 이러한 파괴적 문화가 어린이들에게 주입된다면, 정말 이들의 앞날은 지금보다 더 살기 힘들어질 것이 분명하다. 피터슨은 이러한 위선적이고도 악랄한 문화에 안타까워하면서도, 더 이상의 폐해를 막기 위해 이 챕터를 썼다. 평등과 자유라는 프로파간다 뒤에는 기존의 정상적인 다수가 피해를 입어야 하는 역차별이라는 폐해가 존재한다. 트랜스젠더를 예로 들어보자. 아무리 성전환 수술이 발달하고 흔해졌다 해도, 남자에서 여자로 또는 여자에서 남자로 바뀐 사람은 그 정체성, 문화, 능력, 사회적 역할 면에서 큰 괴리를 느낀다. 왜냐하면, 성을 인위적으로 바꾼다는 것은, 그 어떤 생물체에서 전무후무한 매우 비유전학적이고도 비효율적인 일이기 때문이다. 인간도 어디까지나 생물체의 일원이다. 수십만 년간 쌓여온 자연의 섭리를 거스른다면 그 후폭풍은 피할 수 없을 만큼 거셀 것이다. 하지만, 정치인들은 이러한 말도 안 되는 역차별을 오히려 지지하고 촉진시키고 있다. 무엇 때문인지는 확실하지 않으나, 정말 소수였던 성소수자들의 니즈를 전체의 니즈로 받아들여, 계속해서 역차별적인 제도와 시설을 만들고 있다. 따라서 이제는 정상적이었던 사람들까지도, 정치인들이 홍보하는 자유와 평등 프로파간다에 세뇌되어, 마치 그것이 진리이고 선한 것인 양 지지하고 있다. 소수의 발언의 자유를 보수하기 위해 시작했지만, 결국 다수의 발언의 자유를 억압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러한 비통한 상황을 피터슨은 백분 인지하고 있었다. 따라서 책의 첫 번째 챕터부터 강력하게, 또 아주 다급하게 외친다. 기존의 제도와 전통을 무조건 비도덕적이고 불평등하다고 생각하지 말라고. 완벽한 사회란 것은 없다. 완벽이란 단어조차 허상일 분이다. 완벽이라는 그것을 평가할 만한 권한을 가진 존재만 어떤 것을 완벽하다고 칭할 수 있다. 따라서, 완벽한 평등사회는 전부 다 허상이고 거짓말이다. 오히려 기존 사회의 질서를 더 잘 유지시키고, 질서를 무너뜨리는 훼방꾼들을 잘 조치하는 것이 더욱 좋은 사회,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드는 지름길이다.
조던 피터슨 <질서너머> 토크쇼 후기
필자는 피터슨을 실제로 보았다. 토론토 Meridian Hall에서 하는 피터슨의 토크쇼에 참석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기 때문이다. 토크쇼 입장 분위기는 마치 어느 아티스트의 콘서트와 같았다. 사람들은 맥주를 들고 마시며 몇몇 언성을 높여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나는 혼자 참석했기 때문에 조용히 와서 조용히 듣다 가고 싶었는데 조금 눈살이 찌푸려졌다. (홀 안에서 이미 술과 안주를 판매하고있다) 전체적인 토크쇼의 구성은 이러하다. 쇼 시작 후 한 15분간은 피터슨의 아들 Julian Peterson이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불러준다. 뭐 여기만 보면 컨트리 가수 콘서트 느낌이다. 이제 관객석 조명이 전부 꺼지고, 피터슨 부인이 나와 10여 분간의 독백 시간이 있다. 그 후 피터슨 교수가 등장한다. 긴 무대를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피터슨은 자기 할 말을 한다. 매 토크쇼마다 다른 주제로 이야기한다는 피터슨인데, 이날은 '어떤 것이 믿을 만한 자료인지 판단하는 가'에 대한 주제로 독백을 하였다. 솔직히 주제가 내 취향은 아니었다. 오히려 피터슨이 '자기가 하는 말이 또 다른 이데올로기가 아니라는 것을 어떻게 증명하는 가'에 대한 변론으로 들렸다. 나는 피터슨의 저서에 관해 더 추가설명을 들으러 갔는데, 전혀 다른 주제로 이야기하니 조금 아쉬웠다. 1시간 반 가량의 독백이 끝나고, 30분 정도 부인과 함께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관객들이 미리 제출한 질문들 중 몇 가지에 답변을 해주었는데, 이 파트가 가장 재밌었다. 피터슨의 전매특허인 '질문 자체가 잘못됐어'를 들을 수 있었다. 질문 주제는 원나잇, 딥페이크 등 현재 논란이 많은 주제들이었다. 이렇게 질의응답까지 끝나면 토크쇼도 막을 내린다. VIP 티켓을 샀다면 피터슨과 사진도 찍을 수 있다고 들었는데, 나는 멀리서 피터슨의 형체만 보아 조금 아쉬웠다. 토크쇼는 전체적으로 기대이하인 게 사실이다. 10만 원 돈을 주고 유튜브에서 무료로 들을 수 있는 이야기를 듣다 오는 것은 좀 메리트가 없었다. 그래도 피터슨을 실물로 봤다는 것에 의의를 둔다.
조던 피터슨에 대한 나의 최종적인 견해
조던 피터슨은 멋있는 사람이고, 누군가의 인생선배로서 자격이 충분한 사람이다. 본인이 힘들었던 시절과 잘못된 선택을 했던 것을 꾸밈없이 공개하고, 또 그것을 어떻게 헤쳐나갔는지, 어떠한 마인드와 가치관을 토대로 자신의 삶을 가꾸어 나갔는지 또한 정직하게 서술한다. 분야를 가리지 않고 많은 책들과 지식인들로부터 얻은 지식과 지혜를 그러한 경험이 없는 일반인들에게 무료로 제공한다는 것만 해도 정말 멋있는 사람이다. 다만, 트위터에 작성하는 글들은 조금 과하게 정치적이라고 생각이 든다. 요즘 들어 피터슨이 조금 더 정치적으로 된 거 같다. 너무나 많은 외부 공격이 들어오니, 자신을 방어해야 한다고 생각이 든건지, 정치에 관해서는 한쪽으로 많이 치우쳐져 있다. 물론 치우친 게 잘못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피터슨 성격상 그것을 순화해서 이야기하지는 못하는 것 같다. 따라서, 더 많은 반대파로부터 온갖 미움과 질타를 받고 있다. 이후에 정치 쪽으로 나가려고 계획 중이라면은 뭐 상관은 없는 듯 하지만,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첫 번째 저서를 집필했을 때의 피터슨으로 남아주었으면 좋겠다. 피터슨은 분명히 나의 가치관에 큰 영향을 미쳤고, 내가 알지 못했던 관점을 깨닫게 해 주었으며, 지금 당장 실천할 수 있는 인생의 팁들도 가르쳐주었다. 피터슨은 내 10대 후반에 분명한 영향을 끼친 인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