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부터 혼돈이었던 토론토 여행
나는 토론토 여행을 겨울방학때부터 계획했었다. 토론토에 가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바로 내가 좋아하는 조던 피터슨 교수의 토크쇼에 참석하기 위함이었다. 12월초에 토크쇼 티켓부터 구매하고 1월에 비행기 티켓을 끊었다. 토론토대학에 다니는 친구가 있어 그 친구와 함께 여행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기상 때문에 비행기가 뜨지 못하는 불상사가 발생했다. Porter Airlines 티켓을 구매했었는데, 이게 정말 최저가 항공이었다. 출국 전날 알림을 받고 항공사 사이트에 들어가보니, 내 출국티켓이 취소되고 항공사가 다시 잡아준 티켓은 내 귀국티켓보다 날짜가 더 뒤였다. 이런 말도 안되는 일을 겪은 나는 바로 항공사에 전화를 했는데, 예상대로 대기시간이 길다며 받아주지 않았다. 그날 거의 10번 넘게 전화를 했지만 실패했고, 나는 친구에게 일단 환불부터 받고 여행을 생각해보자라 말하며, 다음날 새벽 6시가 되기를 기다렸다. 항공사 고객센터가 시작하는 시간 새벽 6시 정각에 정확히 전화를 걸었다. 몇번 연결음이 울리더니 바로 직원이 전화를 받았다. 그렇게 안받던 전화를 받으니 너무 기분이 좋았지만, 차분하게 준비해놨던 내 상황을 설명하고, 환불을 받았다. 그렇게 환불을 받고, 그날 저녁 다시 출국티켓을 구매했는데 가격이 이전티켓과 약 2배였다. 마음이 아팠지만, 피터슨의 토크쇼도 사놨기 때문에 그냥 이번에 가는게 좋겠다고 판단을 했다. 결국 다사다난했지만 출국티켓을 다시 구매한 나는 여행을 기다리며 짐 패킹을 하였다.
공항에 도착하다
공항에 도착후 도시로 가는 전철을 탔다. 바로 Union Station 이라는 토론토 다운타운에 있는 역으로 데려다 주는 공항철도였는데, 30분 후 역에서 친구를 만났다. 그런데 또 문제가 생겼다. 에어비앤비 숙소를 잡아놨었는데, 에어비앤비 앱 로그인이 갑자기 안되는 것이었다. 30분 넘게 실랑이를 하다 구글맵에 들어가보니 내가 집주소를 검색한 기록이 있어 그 기록을 보고 숙소로 향했다. 친구의 가이드를 따라 대중교통을 이용해 LIttle Italy에 위치한 숙소에 도착했다. 백인 가족이었는데 친절히 나를 맞아주었고, 방 문앞에는 내 이름과 함께 환영한다며 포스트잇이 붙여 있었다. 오는 길은 험난했지만, 이렇게 친절한 가정을 만나게 되어 감사하고 안심이 되었다.
첫째날, 토론토 다운타운
짐만 내려놓고 늦은 점심을 해결하려 친구와 코리아타운에 갔다. 솔직히 별 게 없었다. 오히려 보스턴에 있는 알스턴보다 한국 음식점이 많지 않았고, 긴 도로를 따라 음식점들이 띄엄띄엄 있어 복잡한 코리안타운 같은 느낌은 없었다. 뜨거운 국물이 먹고 싶었던 나는 감자탕을 먹었는데 맛은 생각보다 괜찮았다. 한인 사장님이 직접 서빙을 하셨는데, 친절히 반찬도 더 주셨다.
그렇게 점심을 먹고, Eaton Center가 위치한 쪽으로 지하철을 타고 이동했다. Eaton Center는 마치 작은 타임스퀘어를 보는 듯 네온사인과 전광판이 펼쳐져 있었다. 그런데 길에는 역시 많은 노숙자들이 있었고 마이크를 들고 시끄럽게 행패를 부리는 일당도 있었다. 보스턴보다 더 열악한 도시환경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Eaton Center를 돌아본 뒤에는 계속 도시를 걸어다니다 야외 아이스링크장을 발견했다. 남자들끼리 할 것도 없던 차에 스케이트를 타기로 했다. 그렇게 신나게 스케이트를 탔더니 벌써 저녁이었고, 미리 정해놓은 식당을 향해 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퇴근시간이었는지,거의 낑겨서 버스를 탔다. 한국에서 말고 이렇게 낑겨 타본 경험은 토론토가 처음인거 같다. Pure Spirits라 해산물음식점이었는데, 내부가 꽤 고급스러웠고, 주로 커플들이 많아 살짝 민망했다. 고급 레스토랑인 줄 모르고 남자 둘이서 이런데를 오니 부끄러웠지만, 일단 굴이 유명하다하니 굴요리를 시켰다. 시원한 IPA맥주를 들이키니 그동안 쌓였던 답답함이 물러갔다. 그렇게 맛있는 저녁을 먹고 나는 피터슨의 토크쇼를 보러 향했다. (토크쇼 얘기는 이전 포스트에서 다뤘으니 참고 바란다)
토크쇼가 끝난 후 우르르 나오는 사람들을 따라 버스를 타러 갔다. 그런데 나의 구글맵은 다른 쪽 방향을 지시하고 있었고, 구글맵을 따라간 결과 정체모를 곳에 도착했다. 정류장이 있어야 할 곳에 정류장이 없었고, 돌아다니다 찾은 정류장에서는 손을 들어도 버스가 스지 않았다. 좌절한 나는 한참을 도시속을 떠돌다 화장실이 급한 상황이 되었다. 정말 여러군데 빌딩을 돌아다녔지만 1층에 화장실이 없었다. 한국이었으면 주변에 어떻게든 화장실을 찾았겠지만, 이곳은 밤이 되니 빌딩들이 거의 문을 닫고, 설사 오픈한 빌딩도 로비에 화장실이 있는 곳이 없었다. 그래서 펍을 찾기 시작했다. 술을 마시고 싶은게 아니라 화장실이 가고 싶어서였다. 여행와서 혼자 이러고 있는 내 자신이 짜증이 났지만, 일단 화장실을 찾는게 급선무였다. 토크쇼가 있던 Meridian Hall에서 Union Station까지 걸어가서 Jack Astor's Bar라는 술집에 도착했다. 바텐더 테이블에 앉아 화장실부터 물어봤다. 그렇게 거사를 치른 후 뭐라도 시켜야겠다 싶어 메뉴를 받았는데, 색다른 게 먹어보고 싶었다. 블루 레모네이드 칵테일과 마늘빵을 시키고 앞에 있는 티비로 NBA를 시청했다. 그렇게까지 술까지 마시고 나오니 11시였고, 유니온 스테이션으로 지하철을 타러 갔지만, 하필 오늘 지하철이 공사로 중지된 것이었다. 정말 운이 없는 토론토 여행임을 깨닫고 그냥 우버를 타고 숙소에 도착했다.
둘째날, 토론토 야경
전날 칵테일 마셨더니 숙취가 있어 정오가 다되어서야 일어났다. 어차피 친구는 그룹과제가 있어 오후부터 만날 수 있다고 했기 때문에 나는 혼자 여행일정을 시작했다. 일어나자마자 버스를 타고 토론토 미술관으로 향했다. 19세 이하는 입장료가 무료인 덕분에 공짜로 미술관을 즐겼는데, 미술관 관리가 잘 되있었고 멋있는 그림들이 많았다. 어떤 미술관은 구조가 미로처럼 되있어 관람이 힘든 경우가 있는데, 이 미술관은 직관적인 구조가 맘에 들었다. 그렇게 2시간 가량 관람을 마친후 친구와 늦은 점심을 하러 일본식 스테이크 집으로 향했다. 미술관 도보 5분거리에 위치한 Holy Cow Japanese Steakhouse라는 곳인데 스테이크와 사이드 모두 맛있었다.
식사를 하고 토론토 담배 가격이 비싸다는 소문을 확인하기 위해 편의점에서 말보로를 물었다. 그런데 직원이 말보로를 모르는 것이었다. 대신 이곳엔 Marlboro Select라는 것을 판다고 한다. (우리가 아는 말보로와 전혀 다른 회사제품이다) 일단 그냥 알겠다고 하고 구매를 했는데 한갑에 15 캐나다 달러를 달라고 한다. 라이터까지 총 18불을 지불하고 담배 한갑을 샀다. Marlboro Select라는 담배를 처음 펴봤는데, 맛이 순하고 그냥 고소한 담배 본연의 맛이었다. 솔직히 다른 첨가물 맛이 안나서 굉장히 맘에 들었다.
친구와 담소를 나누며 토론토 대학을 지나 St. Lawrence Market으로 향했는데, 여기는 한국의 시장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입구에 있는 기념품샵 (한국인 주인)에서 단풍모자를 구입하고 둘러봤는데, 너무 늦은 시간에 가서 업장들이 모두 마감하고 있었다. 그냥 초코 케잌 한 조각을 사먹고 바로 CN 타워로 향했다. 친구가 말하길 토론토는 CN 타워 한번 올라가 보면 여행 끝이라고 했는데, 그말이 맞는 것 같기도 하다. 토론토 도시 자체에는 관광할 건 그다지 없고, 그냥 술먹고 놀기는 괜찮은 것 같다. 하지만 물가가 거의 보스턴 급이라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만 즐길 수 있을듯 하다. 다시 돌아와서, CN 타워 전망대는 꽤 볼 만 했다. 토론토 야경을 한 장면에 담을 수 있었는데, 하필 또 공사중이라 전망을 구경할 수 있는 구역이 작았다. 그렇게 인증샷을 찍은 뒤 친구가 추천하는 Boston Pizza라는 술집에 갔다. 마치 나를 위해서 여기를 선택한건가 생각이 들었다. (토론토에 왠 보스턴이지?) 근데 분위기는 너무 시끄럽지 않고 딱 적당했다. 스크린도 여러군데 있어 스포츠 경기 보러 오기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안주는 나쵸를 시켰는데 그다지 배가 고프지 않았던 찰나에 딱 적당했다.
술집을 나서니 금방 9시가 되있었다. 내일 수업이 있는 친구는 어쩔 수 없이 일찍 들어가겠다고 했고, 나는 마지막 토론토의 밤을 감상하며 숙소로 향했다. 글 제목에 1박3일이라고 써놨듯이, 둘째날은 잠을 자지 못했다. 하필 또 비행기가 6시 비행기라, 3시반에는 출발해야해서 그냥 깨있었던 것 같다. 그렇게 이튿날 필라델피아를 경유해 나의 기숙사에 도착했고 바로 골아떨어졌다고 한다.